D+381 페루 쿠스코에서 작성
계속 강조하지만 기억력이 좋지 않은 게으른 여행자다.
지나간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사진도 대부분의 전자기기 문제로 많지 않다.
숙소 앞으로 버스가 픽업을 온다.
엘 찰튼까지는 4시간 정도가 걸린 듯하다.
엘 칼라파테에서 엘 찰튼까지 가는 길이 이쁘다고 한다.
게으른 여행자는 잠들어 버려 잘 모르겠다.
엘 찰튼은 깔라파테보다 더 작은 마을이었다.
마을은 산으로 둘러 쌓여 있고 마을에서도 충분히 피츠로이 봉우리를 볼 수 있다.
가난한 배낭여행자는 미리 봐 둔 가장 저렴한 숙소로 향한다.
저렴한 여행에 단련된 게으른 여행자는 어지간하면 가격을 보고 그냥 체크인을 한다.
가격이 곧 룸 컨디션이다.
역시나 정보 없이 이동했기에 정보를 먼저 알아본다.
마트 물가라던지 버스 비용이라던지...
버스비용????!!!!!!!
버스비용을 확인하고는 엘 찰튼에 온 걸 후회했다.
엘 찰튼에서 바릴로체 구간 버스비는 7300 페소(약 한화 15만 원) 여태 탔던 그 어떤 버스보다도 이동 대비 비싸고 예상했던 금액의 3배다.
이동수단은 버스가 유일하고 다른 지역을 가는 방법 또한 녹녹지 않다.
게으른 여행자는 이렇게 다시 한번 자신의 게으름을 원망한다.
미리 환전한 페소로는 버스를 결제할 수 없기에 카드를 써야 한다.
엘 찰튼은 공식 환전소가 없고 환율이 부에노스 대비 20퍼센트 이상 차이가 났다.
버스비 정보에 대한 후유증으로 이것저것 검색하느라 숙소에서 하루를 보낸다.
저녁시간이 되자 주방이 붐비고 저녁 해 먹는 걸 포기하고 일찍 잠이 든다.
아침에 꼭 소고기를 구워주마.
이른 아침 어제 못 먹은 소고기를 구워 먹고 트레킹을 간다.
엘 찰튼의 트레킹 코스는 크게 세 가지 작게는 더 많은 코스가 있다.
나는 일단 숙소 바로 앞에 진입로가 있는 또래호 호수를 가기로 한다.
가이드 책자에는 편도 4시간 코스였고 하루를 보내기에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도착하는데 2시간이 체 걸리지 않았다.
가이드 책자에는 점선으로 표시된 길이 있었는데.
예상보다 너무 일찍 도착했고 호기심도 생겨서 점선으로 된 길을 가보기로 한다.
점선으로 된 길은 예상 한대로 제대로 된 길은 아니었고 방향만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저 지도의 방향을 따라 걸어갔다.
한참을 돌아 들어가자 빙하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모레노에서 빙하를 봐서 큰 감흥은 없었다. 거리가 멀기도 했고...
단지 좀 더 가서 빙하를 오를 수 있을까 했지만 결국 길이 없어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오기로 한다.
'개인적으로 모레노 빙하를 봤다면 가지 않기를 권한다. 길이라고 할만한 곳이 아니고 노력에 비해 보상이 적다'
한 10분쯤 걸었을까... 산 쪽에서 바람이 거칠게 불어오기 시작한다.
봄날의 따뜻한 바람은 어디 가고 갑자기 초겨울 기온으로 온도가 급하게 떨어진다.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인지 피츠로이는 이제 전혀 보이지 않는다.
10분만 늦게 올랐더라면 피츠로이는 구름에 둘러싸여 그 모습을 볼 수 없었으리라...
숙소로 돌아온 시간은 오후 2시.
편도 4시간 코스를 왕복 6시간 만에 끝냈다. 아마 점선 길을 가지 않았다면 4시간 안에 끝냈을 것이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한 곳을 더 갈지 고민을 했지만 고민은 오래가지 않고 다음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식사를 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새벽 피츠로이 일출을 보러 가기로 했다.
여행 중 수많은 일출을 봐 왔지만 새벽 1시에 일출을 보러 가기는 처음이다.
새벽 1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새벽 2시에 트레킹을 시작했다.
다행히 바람이 불지 않으면 그리 춥지 않다.
하지만 순간순간 산 쪽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은 겨울옷이 없는 게으른 여행자를 힘들게 했다.
따뜻할만한 옷을 모두 꺼내 입었지만 너무 춥다.
피츠로이 트레킹의 마지막 1시간이 지옥이라고 했던가...
듣던 대로 마지막 1시간은 너무 힘들었다.
해가 뜨기 전 길은 잘 보이지 않았고 오르막은 힘들었다.
또래로 호수를 가이드 책자보다 2시간 단축해서 피츠로이도 책자의 4시간보다 한참 일찍 갈 수 있으리라 판단했지만 아니었다.
결국 도착했지만 아직 일출을 보려면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게으른 여행자는 추운 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여행코스도 최대한 겨울을 피해 다녔는데 어쩔 수 없이 겨울을 만나는 지역이 있다.
일출을 보기 위해 피츠로이에 오른 여행자는 대여섯 정도였다.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중 한 명에게 아침으로 챙겨 온 쿠키를 건넸고 따뜻한 차로 돌아왔다.
내복장을 유심히 보던 그는 걱정이 됐는지 자신의 패딩을 권했다.
마음으로는 이미 수십 번을 받았지만 누군가에게 패딩을 양보 할만한 날씨가 아니었기에 몇 차례 사양했다.
자신은 여분의 패딩이 있다고 기어이 패딩을 건네줬고, 게으른 여행자는 염치없이 패딩을 받았다.
한없이 따뜻한 패딩을 건네준 칠레 청년 고맙다.
그렇게 게으른 여행자는 무사히 일출 타임랩스를 찍을 수 있었다.
패딩을 돌려주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you saved my life"
피츠로이 트레킹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 잠이 들었고 일어났을 때 5 달만에 우크라이나에서 인연이 됐던 내일모레 50 여행자 형님을 만났다.
4박을 있었지만 더 이상의 트레킹은 하지 않았다.
하기 싫었다기보다 오랜만에 만나게 된 형님과 밥을 해 먹고 맥주를 삼키며 지난 1 년간의 여행 이야기를 나눴다.
결국 나는 또 형님을 두고 먼저 이동을 하게 된다.
극악의 가성비 엘 찰튼에서 바릴로체 구간을...
형님은 2일 뒤 바릴로체에서 재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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