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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티오피아

악숨에, 쉬레, 곤다르

by 여행자디노 2019. 8. 22.

D+290 모시에서 작성

 

도착하자마자 잠을 청하고 악숨에서 실질적인 첫날이다.

아침에 악숨에 있는 유적지를 돌아보려고 했지만 몸이 너무 좋지 않았고 겉에서만 봐도 그다지 흥미를 끌지 못했다.

 

그냥 구조물 밖에 없어 보였지만 입장료를 요구해서 들어가지 않았다.

몸이 너무 좋지 않다. 어서 마음에 드는 도시를 만나서 쉬고 싶다.

숙소 근처 쿠다 레스토랑이 와이파가 원활해서 주로 쿠다에서 식사를 했고 맛도 나쁘지 않았다. 주로 햄버거를 먹었다. 

악숨에서 그렇게 2박을 보내고 아침에 곤다르로 이동하려 했지만 새벽시간에만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그마저도 쉬레라는 곳을 경유해야 했고 악숨에 미련이 없어서 쉬레까지 일단 가기로 결정!

쉬레 도착 후에 버스를 알아보기로 했다.

 

악숨 쉬레 구간 미니밴은 오십비르를 불렀고 비싸지 않다고 판단 타려 했으나 다른 미니밴에서 삼십비르를 불러 삼십으로 다시 흥정했다.

짐 값을 요구하긴 했지만 구라라는 걸 이미 알고 있어서 삼십으로 확답받고 쉬레로 이동했다. 

악숨 도착 후했던 빨래는 이틀 내내 내린  때문에 젖은 채로 입고 이동 중이다. 

우기의 에티오피아에서는 빨래 욕구를 눌러둬야 할 것 같다 비 내리는 날 말린 빨래는 견디기 힘든 악취가 난다.

쉬레에 도착하자마자 버스를 알아봤지만 역시나 갈 수 없다는 답변뿐

내일 새벽 버스를 115 비르에 예매하고 쉬레에서 여러 숙소를 둘러보며 가격을 흥정했다.

악숨 숙소만큼의 컨디션은 기대하기 힘들었고 가장 저렴한 150 비르 짜리 숙소를 덜컥 계약했지만 최악이다.

잠들기 힘들 정도의 악취 공용 욕실은 재래 변기와 함께 있고 불도 들어오지 않았다 당연히 온수 따위는 없었다.

냄새가 너무 심해서 샤워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잠이 든다. 하루만 참자

 

밤이 되면서 최악에 최악을 더하는 이유가 몇 가지 더 생겼는데 아래층이 바 형식의 술집이었는데 벽이 울릴 정도로 노랫소리가 들렸고 새벽까지 이어졌다. 모기와 파리 소리에 밤새 시달렸다. 

새벽에 나가려고 할 때 문이 잠겨있는 걸 알고 당황했고 결국 숙소 사람들을 깨우면서 마무리됐다. 분명 새벽에 버스를 탄다고 말했는데 최소한 스탭이 자고 있는 방이라도 알려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불빛이 전혀 없는 거리를 지나 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터미널은 아직 문이 열리지 않은 상태다.

버스 출발시간이 임박했는데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예매해둔 버스티켓

버스 티켓은 5시 30분이지만 버스터미널은 6시에 열린다. 어떤 식으로 설명해야 이런 시스템이 가능한지 알 수 없다.

버스는 6시 30분이 되어서야 출발한다.

스리랑카 로컬버스와 비슷하다. 장시간 이동해야 하는 에티오피아에서는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버스는 생각보다는 탈만한 것 같다 청결이나 냄새는 힘들지만 이 정도는 이미 많이 겪어봤다.

달리는 버스에서 보는 풍경은 느린 속도가 고마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다른 나라들이었다면 따로 시간 투자를 해가며 찾아갈만한 풍경들이 끝도 없이 이어졌고 어릴 적 상상으로 존재했던 구름 위 나라가 여기 있었다. 에티오피아는 대부분의 도시들이 높은 고지대에 존재하고 도시 간 이동시 수없이 고지대와 저지대를 오간다. 고도가 바뀔 때마다 쌀쌀하던 기온은 이내 더워지고 다시 외투가 필요해지기를 반복한다.

처음 버스의 고장은 탁한 버스 창문으로 아쉬웠던 어느 고지대 풍경에 나를 내려주었고 늦어진 버스에 짜증보다는 오히려 투어차량이 목적지에 정차한 듯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이동하는 동안 몇 번의 폭우를 만났고 폭우는 도로를 폭포로 만들면서 차의 안전을 위협했다.

비포장 일차로에서 만난 폭포는 차속에서  있는 나에게 엄청난 소음과 함께 오늘 무사히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고 어느 고지대에서 만난 안개는 (사실 에티오피아의 고지대는 구름과 안개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흔히 지나가는 여러 가축이나 야생동물 혹은 앞서가는 차와의 사고가 걱정될 정도였다.

이후로도 두 번의 고장이 더 있었고 다행히 비가 잦아든 시간이었던 탓에 그때마다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지보다는 포토타임을 제공해주는 가이드 차량을 탄 것처럼 좋았다. 하지만 세 번째 고장 이후로는 더 이상 차가 움직일 수 없었고 어디선가 나타난 툭툭이나 미니벤으로 승객들이 이동했다.

 

삼분의 2 지점을 통과한 시점이었기에 미니밴을 타도 크게 불편하진 않을 것 같았고 미니밴의 빨라진 속도 덕분에 해가 지기 전에 곤다르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해가지기 시작한 곤다르에서 처음으로 할 일은 숙소정하기다. 데이터는 이미 다 써버렸지만 미리 알아둔 몇몇 숙소를 장기간 이동으로 피곤해진 몸과 내 여행기간 삶의 무게가 되어버린 20킬로가 넘는 짐과 함께 찾아다녔지만 불과 삼사 년 사이 물가는 두배 이상 올라 있었고, 저렴한 숙소는 찾을 수가 없었다. 몇 년이 지난 정보긴 했지만물가의 상승은 가난한 장기 여행자에게는 부담이었고 같은 나라 같은 도시의 물가와 비교해도 납득하기 힘들었다.

한참을 짐과 씨름하며 돌다가 해도 이미 완전히 져버려 도시는 곳곳은 핸드폰 불빛에 의존할 만큼 어두워졌다.

그나마 괜찮아 보이던 숙소로 가기로 결정하고 다시 어두워진 거리를 되돌아 나왔다.

자신과 타협한 300 비르 숙소는 피곤해진 몸을 풀어줄 온수가 있고 아디스 이후로 처음 와이파이가 있었다.

 

곤다르는 꾀나 도시가 크고 발전돼 있는 것 같다. 과거에 수도였고 그 시기에 꾀나 부를 축적했다고 한다.

하지만 걷는 내내 끈질기게 말을 걸어오던 에티오피안들과 다른 도시에 비해서 올라간 물가가 부담되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진 못했다.

 

에티오피안에 대한 많은 안 좋은 이야기들을 인터넷을. 통해서 접했고,

실제 겪어보면서 오해의 소지는 많지만 악의는 없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왔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최대한 그들의 입장에서 보려고 노력했고, 그다지 나쁘게 보지 않고 있었다. ‘모든 에티오피안들은 나빠라고 생각하는 그들의 여행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안타까워하기까지 했는데

몇 번의  불필요한 욕을 듣고 사기를 치려고 하는 그들을 보면서 나조차도 선입견이 생겨 버렸다. 어제까지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피해자이 그들을 안타까워하고 안쓰러워했는데… 

 

선입견만은 가지지 말자 누구를 만나던 개인의 일일뿐 국가 자체를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스스로를 설득해왔는데 하루에 몇 번이고 당하다 보니 생각에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한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모든 에티오피안들을 나쁜 시선으로 보고 짜증스럽게 대하고있다는 게 느껴졌고내가 겪은 나쁜 일들을 모르는 그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한국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게 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았구나 대부분의 에티오피안들이 나에게 나쁜 의도로 접근 하지만 좋은 의도로 접근하는 에티오피안도 분명 있는데 

오롯이 나의 시전으로 하루를 보면 연결선상에서 인과 관계를 설명할 수 있지만.

그들 개인 개인을 기준으로 보면 인과관계없이 이해할 수 없는 사람 것이다.

 

결코 쉽지 않겠지만 다시 또 노력해야겠다.

여행은 항상 옳고 여행을 하는 이 가 여행을 하던 어느 날에 옳지 않은 하루를 보냈을 뿐이니까.

 

내일은 새벽 3시 아디스 아바바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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