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나로 이동하는 날이다.
호스텔 알림판에 이동 가능한 주요 경로 및 시간표들이 기록되어 있었는데 오늘 가야 하는 바르나는 거의 매시간 버스가 있는듯했다. 이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참 잘 돼 있어 좋다. 아마 호스텔이 하나뿐인 이유 중 하나 일 테지...
체크아웃 시간이 11시라서 샤워 후 짐을 대충 정리하고 간단하게 배를 채우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곳곳에 있는 조형물들.
아침으로 먹은 케밥? 맛도 있고 양도 많고 가격도 싸고 너무 좋다.
불가리아 온 이후로 뱃살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양이 몹시 많다. 내용물은 꼼꼼하게 먹고, 먹는 동안 계속 날아와서 음식을 뺏어 가려던 갈매기에게 빵을 던져줬다.
피자를 들고 다니면 현지인들이 갈매기 조심하라고 주의를 준다.
실제로 빵을 낚아 채기 위해 달려드는 갈매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식사 후 숙소로 가서 이를 닦고 길을 나선다.
장기 여행 중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 치아다.
워낙 치아가 약하기도 하고 교정 후에는 치아 상태가 너무 안 좋아져서 여행 끝날 때까지 문제가 없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
버스정류장은 바로 앞이었다.
티켓팅도 별 탈 없이 진행됐다. 다행이다.
오늘 타게 될 버스 아니 벤이다.
짐은 뒤 공간에.
나름 쾌적하다. 1열에 좌석이 3자리다.
네팔에선 이 버스의 반 토막 하던 벤에 1열에 5명이 앉았었다.
잠시 후 기름값도 안 나올 승객 5명을 태우고 벤 이 출발한다.
가는 동안 몇 번의 정차를 하고 목적지인 바르나에 도착했다. 역시 숙소까지 걸어간다.
사실 숙소는 없는데 숙소 앱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의 위치를 찍고 마냥 걸어갔다.
여행 초반에는 숙소를 고르는데 1시간은 기본으로 투자를 했는데 이제는 그냥 가격순 정렬해서 제일 저렴한 곳부터 3군데 이상은 보지 않는다. 돈도 아끼고 시간도 아끼고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이제는 모양만 봐도 정교회 건물인지 구분이 가능하다.
이런 버스킹 너무 좋아한다.
배낭 앞뒤로 매고 넋 놓고 지켜봤다.
몸 좋은 누나. 운동을 엄청 한 게 느껴진다. 원숭이를 맡은 모양이다.
행동하는 걸 봤을 때 이들은 버스킹을 위해서 모인 사람들 같았다. 파트만 나눠서 페인팅을 하고 있고 실제로는 지인이나 팀 같지는 않아 보였다. 대화는 영어로 진행했다.
페인팅하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찜해둔 숙소가 있어서 일단 숙소에 짐을 두고 나오기로 한다.
근데 숙소에 사람이 없고 전화 앱으로 연락 달라는 메모만 남겨져 있다.
다행히 슬로배니아에서 왓츠앱을 미리 인증받아 뒀다.
메시지를 보내니 호스트가 비번을 알려주면서 리셉션 카운터에 키를 가지고 들어가란다.
난 예약도 하지 않았고 방값도 정하지 않았는데 노프라블럼 이란다.
참 쿨한 사람이다.
나도 크게 개의치 않고 알겠다고 했다.
짐을 두고 다시 둘러보러 나갔다.
숙소 가는 길에 있던 벽화 옆에 또 다른 벽화를 발견했다.
이 아저씨 완전 내 취향이다.
여기저기 막연히 둘러봤다 항상 그랬듯이
숙소 가는 길에 봤던 정교회 건물. 손가락이 살짝 찍혔다.
해변도 가보고 여기저기 다 둘러보니 부르가스랑 큰 차이가 없다.
처음 도착할 때 2박을 생각했었는데 다행히 호스트와 일정 얘기를 안 했으니 1박만 해야겠다.
볼거리를 찾아 검색을 해봤는데 좀 떨어진 곳에 대형 몰이 있다고 한다.
혹시나 한국 라면을 구할 수 있을까 가보기로 한다. 3Km.
걷는다.
몰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알고 온건 아니었다.
오늘 돌아본 결과 하루면 충분한 것 같다. 도시가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 부르가스랑 너무 비슷하다.
그리고 사실 숙소가 너무 구리다.
버스 표를 미리 끊어 둬야겠다. 다음 목적지로 정해둔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그 이름 벨리 코터 르노보 (이 이름 적는데 지도를 몇 번이고 확인해야 했다. 너무 어렵다.) 20레바 버스 터미널과 숙소 거리가 있으니 11시 티켓으로 예매를 한다.
몰이 엄청 크긴 했다. 자라, H&M, 대형 슈퍼를 쭉 둘러봤지만 별다른 전리품을 얻지 못했다. 라면은 루마니아까지 참아야겠다.
돌아가는 길은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다. 이미 오면서 충분히 봤고, 내일 짐과 함께 버스터미널로 오려면 미리 버스 시스템을 알아 둘 필요도 있었다. 하지만 버스는 타지 않았다.
버스 정류장 노선도를 살펴보고 내가 타야 하는 버스를 확인한 후 안내판을 보니 20분 후에 버스가 도착한다고...
걸으면 30분인데... 그냥 걸었다.
그냥 걷다가 이뻐 보여서 찍어봤다. 나름 만족
이것도 페인팅인듯하다. 3D 느낌이어서 좀 놀랬다. 앞에 안전망에다가 ...
왕좌의 게임 완결돼서 이제 낙이 없다 ㅠㅠ
좋은 각도에서 찍고 싶었는데 신호등과 CCTV가 계속 앵글에 잡혀서 대충 찍었다.
여기서 한류를 다시 경험했다. 터키 이후로 처음이다.
엄청 떨리는 목소리로 다가온 불가리아 소녀가 혹시 사진같이 찍어도 되냐며 어디서 왔냐고 물어온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갑자기 울컥하는 게 느껴진다. K POP 감사합니다.
두 번째 행운.
불가리아 여성분이 다가와서 불러 세운다.
금방 사진 찍고 와서 또??라는 생각이 살짝 있었다. 오버였다.
시음 맥주 마셔보라고 주는데 150ml 엄청 귀엽다. 두 모금 클리어
페인팅은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아마 내일 다시 하려나 보다. 아쉽지만 완성은 보지 못할 것 같다.
불가리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분수들 장노출 효과를 줘 봤다. 사람들이 반쯤 지워졌다. 장노출 시간 조절도 가능했으면 좋겠다.
노을을 포기하고 계속 걷다가 해와 반대 방향에 구름이 햇빛을 머금어서 솜사탕같이 보였다.
사진에 안 담길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진짜 안 담겼다.
여기서 3번째 행운은
사실 행운 까진 아닌 것 같은데.
저 구름을 보며 앉아 있는데 옆에 모녀로 보이는 불가리아 사람이 계속 힐끔 거린다.
엄마로 보이는 불가리아 여성분이 사진을 같이 찍어도 되냐고 자기 딸하고 한 장 찍어달라고 한다.
알겠다고 하니 딸이 엄청 크게 웃으며 좋아한다.
K POP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내일모레 40인데 중학생 고등학생 아이들이랑 사진 찍고 다니려니 민망하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
근데... 참기 힘든 발냄새가 있다.
일부러 들으라고 뿌리는 방향제를 쉬지 않고 뿌렸는데 발냄새 주인은 얼굴이 두꺼운 것 같다.
신발을 실외로 빼둬도 살만할 텐데.
방향제를 쉬지 않고 뿌려도 답이 없는 것 같아서.
이불과 베개를 들고 거실로 나왔다.
오늘은 여기서 자야 할 것 같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순례자길 한 달씩 걸을 때 이런 발냄새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그때는 신발을 항상 실외에 둬서 참을 수 있었다.
이건 진짜 한숨만 나온다.
다행히 웬일인지 이미지가 잘 올라가서 빠르게 포스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근데 의무감으로 적어서 그런지 필력이 달려서 그런지 내가 봐도 읽고 싶지 않은 글이다. 내일부터는 좀 더 감정을 싫어서 써봐야겠다.
여행이 8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11월 4일 날 출국을 했으니. 근데 왠지 아직도 여행 초반 느낌이다.
이 여행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나도 모르겠다. 최소 대륙 세 개는 더 가야 할 것 같은데...
'유럽 > 불가리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벨리코터 르노버 1~2일차 (0) | 2019.06.18 |
---|---|
부르가스 1~2 (0) | 2019.06.18 |
플로브디프 1~2일차 (0) | 2019.06.18 |
소피아 1~2일차 (0) | 2019.06.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