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30 케이프 타운에서 작성
아직 리우행 비행기는 2일이 남아있지만 왠지 남아프리카는 이게 마지막 포스팅이 될 것 같다.
혼자 꾸역꾸역 시간을 때우며 지내다가 타자라 열차에서 만났던 연극인 여행자가 케이프 타운으로 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연극인 여행자는 아프리카의 마지막을 에어 비엔비에 지내며 쉬고 싶어 했고, 게으른 여행자도 딱히 볼거리가 많이 남아있지 않아 같이 에어비엔비를 이용하자고 제안을 했다.
남은 8일간 에어 비엔비를 예약 했고 이사를 해야 했다.
아침에 체크인을 하고 테이블 마운틴 아래쪽에 있는 숙소로 이사를 했다.
아마 남은 기간 대부분을 숙소에서 보낼 것 같다.
이사한 날은 연극인 여행자와 재회하고 장을 본 후 집에서 쉬었다.
다음날 날이 좋아 테이블 마운틴을 연극인 여행자와 오르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샌드위치를 준비해 길을 나섰다.
테이블 마운틴은 케이블 카를 추천한다. 경비 때문에 걸어가긴 했지만 너무 힘들다. 진짜 힘들다. 오르는 내내 후회했다.
지도 상으로는 가까운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오르는데 3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물론 숙소에서 테이블 마운틴 입구까지는 제외한 시간이다.
왠만큼 체력에 자신이 붙어 있었지만 테이블 마운틴은 네발로 기어 올라가야 할 만큼 난이도가 있었다.
숙소에서 보낸 시간이 길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테이블 마운틴에 오를때는 물을 준비하자.
입구에서 구매했던 물한병은 아껴 마셨음에도 중반에 이미 바닥을 보였고, 내가 위험해 보였는지 자신의 물을 권하는 사람들의 물을 여러 차례 받아먹고 나서야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쯤부터는 이미 물이 바닥나 있었다. 오르는 내내 뜨거운 해를 마주해야 했고 정상에 가까워진 후에야 겨우 그늘에 들어갈 수 있었다.
대부분의 길은 작은 그늘조차 없다.
정상은 기대보다 한참 모자란 풍경이었다. 테이블 마운틴이 유명한 이유는 아래에서 볼때 아름답기 때문인 듯하다.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가게를 찾아 물 두병과 콜라 한잔을 샀다.
근데 알고 보니 무료 식수대가 있었다.
심한 갈증으로 풍경을 구경할 틈도 없이 가게를 찾아 들어갔는데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정상에 준비된 식수대를 이용하는 걸 추천한다.
라이언 헤드에서 보았던 동물이 여기서도 보였다.
심지어 도망도 잘 가지 않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물을 마시고 준비해둔 샌드위치를 나눠 먹고 주변을 구경하려 했지만 예상보다 오르는 시간이 많이 걸려 바로 하산해야 하는 시간이다.
테이블 마운틴의 한쪽만 겨우 본 후 내려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로 케이블 카를 타지 않은 걸 후회했다.
하산하는 길은 더 빨리 이동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지만.
연극인 여행자는 신발이 좋지 않아 내리막에서 더 힘들어했다.
걸음을 맞춰 천천히 내려오다 보니 이미 해가 지고 있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겨우 큰 도로 까지 내려왔고 우리는 우버를 부른 후에야 야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왜 아프리카 여행 글들이 그렇게 짧았는지 혹은 자세한 정보가 빠졌는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치안문제로 사진을 많이 찍지 않게 되고, 느린 인터넷 속도 탓에 블로그를 빨리 끝내고 싶어 진다.
숙소 이동후 대부분의 시간은 침대와 한 몸이 되어 보냈다.
왠지 여행을 와 있지만 여행을 하고 싶은 이상한 상태다.
남미는 계획을 열심히 세워 아프리카처럼 후회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역시 게으른 여행자는 닥치지 않으면 하지 않는가 보다.
2일 후 리우행 비행기를 타야 하지만 아직 남미에 어떤 게 있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
아프리카 여행의 마지막에 서 있는 지금.
빨리 남미로 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항상 나쁜 여행지는 없고 나쁜 여행을 한 여행자만 있을 뿐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여행을 했지만.
아프리카는 잘 모르겠다. 아프리카 여행이 너무 후회 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아프리카는 굳이 오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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