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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보츠와나

보츠와나

by 여행자디노 2019. 9. 21.

D+321 비 오는 케이프타운에서 작성

 

새벽 일찍 눈을 떴다 4시 30분까지 버스터미널로 가야 한다.

아직은 많이 어둡다. 터미널까지는 1킬로가 조금 넘는 거리지만 위험하다는 현지인의 말에 택시를 타기로 한다.

근데 이 택시가 어이가 없다. 1킬로에 한화 6000원 정도를 요구했다. 

택시가 흔하지 않은 시간 겁쟁이 여행자는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기로 한다.

트라우마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 듯하다.

 

리빙스톤 카사네 구간의 버스는 컨디션이 좋지는 않았다. 창문이  맞지 않아 바람이 쉼 없이 세어 들어왔고 짐은 트렁크에 싣지 못하게 했다.

1시간 후 도착한 페리 선착장에는 환전상과 호객꾼들이 있었다. 당연히 국경이 비쌀 거라 생각하고 용감하게 환전을 하지 않았다.

 

잠비아에서 카사네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강을 건너야 하는데 무료 페리를 운행한다.

사실 페리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은 아니고 차량을 싫어 나르는 바지선이다.

 

바지선을 탄다.

동이 틀무렵 강바람은 차가웠고 이동 중 뜨거운 햇살을 지나야 하는 게으른 여행자는 반바지에 의지해서 추운 새벽을 보내야 했다.

해가 떠오르고 있다. 아마 1시간이면 뜨거운 태양 아래를 이동해야 할 것이다.

 

게으른 여행자는 익숙함이 싫어 새로움을 찾아 여행을 다니곤 한다.

이제 육로로 국경 이동은 익숙해 새롭지 않다. 여행이 길어질수록 새로움을 찾기가 힘들다.

그 빈자리는 항상 다른 문화에서 생활하는 많은 사람들이 채워 주곤 한다.

 

국경을 지나 환전을 하려는데 환전할 곳이 없다.

게으른 여행자는 미리 검색하지 않고 똥고집으로 잠비아 쪽에서 환전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

환전을  물어보니 잠비아 쪽으로 다시 건너가서 환전해야 한다고...

 

일단 걸으며 히치하이킹을 시도했지만.

모든 차들이 돈을 요구했다.

 

길을 따라 그냥 걸어 마을까지 가기로 한다.

현지인은 야생 코끼리 출몰지역이라고 했지만 5 폴라(한화 550원)에 가는 거리를 20$ 를 지불 하긴 싫었다.

다행히 무사히 마을에 도착했고 ATM을 발견할 수 있었다.

 

카사네까지는 택시비 5 폴라라고 한다. 하지만 택시기사는 로컬 프라이스를 들먹이며 25 폴라를 요구했다.

사실 카사네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 었다면 다른 택시를 타거나 걸어갔을지도 모르겠다.

가난한 여행자는 남에게 피해 주는 걸 싫어한다.

 

카사네에서 원석 형님네를 다시 만났다.

어제 점심을 함께 했지만 서로 다른 나라에 숙소가 있었고 다른 경로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됐다.

원석 형님네의 렌터카를 얻어 타고 카사네에서 프렌시스 타운을 거쳐 수도인 가보로네로 가는 길

20여 마리의 코끼리 10여 마리의 기린 20여 마리의 타조를 봤지만 사진이 없다.

분명 사진을 찍었던 것 같은데 사진이 없다. 게으른 여행자는 어쩔 수 없나 보다.

 

하루를 온종일 달려 가보로네에 도착했다.

가보로네에서는 정선생님 댁에 묶기로 했다.

가보로네에서는 딱히 계획이랄 게 없었다.

나미비아 비자를 받기 위해 왔지만 나미비아는 가지 않기로 했다.

가지 않은 이유는 금전적인 문제가 컸다.

교통이 불편한 나미비아는 렌트가 필수인데 홀로 다니는 나는 비용이 부담스러웠다. 사막은 이미 여러 차례 봤고 비자비를 투자하기에는 왠지 아까웠다.

 

결국 정선재 선생님네에서 2일간 한식을 배 터지게 대접받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진짜 배 터지게 차려 주신다. 왜들 그렇게나 추천하는지 알 것 같았다.

 

2일이 지나고 형님네와 같이 남아공으로 이동하기로 했고 한참을 달려 국경에 도착했다.

근데 아무리 찾아봐도  여권이 없다.

 

나미비아 비자 신청에 필요해 스캐너에 둔 여권을 들고 오지 않았던 거다.

항상 이동시에 하나하나 리스트를 체크하는데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여권이 제자리에 없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결국 게으른 여행자는 형님께 인사를 드리고 홀로 가보로네로 돌아가야 했다.

 

정선생님은 요하네스 버그를 거쳐 케이프 타운으로 가는 버스를 예매해 주셨다.

또 하루를 그렇게 배 터지게 대접을 받고서야 남아공으로 출발하게 됐다.

 

이렇게 보츠와나는 이동을 위한 이동만을 한 체 아쉽게 떠나게 됐다.

 

*요하네스 버그를 가지 않은 이유는 최근 일어난 요하네스 버그 폭동 때문이다. 부의 적절한 분배가 되지 않는 나라들은 항상 시한폭탄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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